혹자는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내 어릴 적 소원 중 하나는 사막에 서보는 것이었다. 사막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서 보는 것. 지금은 그곳에도 조금 다른 외부적 자극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것을 납득할 만큼 머리가 커졌지만, 어린 시절의 향수 하나를 통해 과거의 생각으로 회귀할 수 있다면 기꺼이 시간을 그렇게 쓰겠다.
인도를 여행하는 내내 Roberto와 나는 기차의 침대 칸 중 가장 저렴한 ‘SL Class’를 이용했다. 델리의 역장이 베푼 호의 덕에 추가비용 없이 경험했던 ‘3A Class’ 한 번을 제외하면 모두 SL. 두 가지의 기본 구조는 같으나 SL은 에어컨이 없고 보다 더러운 것이 특징, 가격은 1/2에서 1/3 정도이다. 여행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수준. ‘자이살메르’로 향하는 기차에서도 SL을 이용했는데, 혹 누군가가 주로 SL을 이용한다면 자이살메르로 들고나는 기차만큼은 3A를 이용하라고 권하겠다.
자이살메르는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도시, 당연히 사막을 지나야 도착할 수 있다. 기차 안은 때문에 모래 먼지가 가득. 잊고 있었던 얼굴 가리개가 생각나 Roberto와 하나씩 착용. 옆 자리의 인도인도 하나. 고맙다며 가리개에 서명을 해달라던 그는 내가 자는 사이 어디선가 내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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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나와있던 여행객 수보다 많은 호객꾼들이 우리를 맞았고 아난따뿌르에서 만났던 아가씨 ‘Idoya’가 추천해 준 호텔의 호객꾼을 찾아 차량에 탑승했다. 거의 일출과 동시에 호텔에 도착했던 것 같다.
몸을 닦고 쉬고 나니 호텔의 주인이 낙타 사파리를 제안해왔다. 차 한잔과 함께하는 은근한 제안에 넘어가기엔 인도를 너무 오래 여행했다. 우리가 더 알아보고 당신네 사파리가 가장 좋다고 생각되면 그 때 계약하겠노라고. 후에 이곳 저곳 평판을 물어 가장 좋다는 곳을 찾아 계약하고 돌아오니 호텔 주인은 잔뜩 화가 나서 쫓아내려 하더라. 당시에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런 것도 여행의 일부. 인도의 친절이 아직은 덜 상업화 되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면 지나친 긍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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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한 식사를 하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홍콩에서 오신 아주머니 두 분, 영국에서 온 남자 둘, 나와 Roberto 그리고 낙타몰이꾼들. 지프를 타고 한참을 달려 낙타들이 있는 곳으로 도착했다. 내가 탈 낙타 이름은 ‘Charley’ 잘 부탁합니다.
낙타를 타고 한참을 가다가 끼니때가 되면 낙타들은 풀을 뜯고 낙타몰이꾼들이 상을 차린다. ‘짜파티’라고 부르는 인도인들의 주식과 ‘커리’가 그것. 도시의 음식들과 비할 바는 아니지만 사막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면 그것 참 좋은 식사다.
듬성듬성 풀이 자란 모랫길을 지나 요즘의 오아시스와 인도 집시들이 사는 마을을 들러 조금 더 가면 사진과 소설 속의 그 곳이다. 완벽하다고 하기엔 모자란 감이 없지 않은 그런 모래 언덕이라 특별한 이름도 없지만 완벽과는 터무니 없이 거리가 먼 나에게는 이 정도면 정말 훌륭한 사막, 나머지는 그곳에 대한 우리의 성실성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낙타몰이꾼들은 일몰 삼십여 분 전에 모래 언덕에 도착해서 저녁을 준비한다. 존경할만한 경험이 만들어 내는 완벽한 시간대. Roberto와 나는 만져도 보고 달려도 보고 서 보기도 하면서 모래 언덕을 만났다.
해가지고 어두워질 무렵 낙타몰이꾼들은 소리를 질러 여행자를 부른다. 피워놓은 모닥불에 둘러 앉아 매운 커리와 짜파티로 식사를 하고 노래를 부른다. 사막에 살았던 집시의 노래와 뜻도 모르고 느끼는 사랑 노래를 들으며 별을 기다린다.
노래가 끝나고 적당한 시간이 되면 모래 언덕에 담요를 깔고 눕는다. 그리고 하늘을 본다. 사막에 가보지 않은 사람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 ‘사막에 가면 별이 쏟아진 데’. 나는 그 곳에서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이 하늘에 자리한 것과 대략 십오 분 간격으로 떨어지는 별똥별들을 볼 수 있었다.
자이살메르 사막의 밤은 그토록 많은 별들이 하늘에 있어서 그리고 뚜렷해서 개념으로 알고 있는 우주를 만나게 되는 장소와 시간 중의 하나이다. 완벽한 밤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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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o는 낙타몰이꾼들에게 ‘불평하는 것이 불가능해.’라는 그다운 찬사를 던졌고 나는 행복했다고 했다. 아프리카에 와 있는 지금 별이 많이 보이는 곳에 가면 자이살메르 사막에서 보낸 밤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