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을 팠는데, 잘 된 것 같다.

by Samm | 2009/12/01 17:44 | Books | 트랙백 | 덧글(0)

다람살라, 맥끌로드 간지

암릿자르로부터 버스로 8시간을 달리면 다람살라이다. 다시 10 km을 더 들어가면 맥끌로드 간지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곳이다. 행운이 따라 마침 달라이라마께서 강연을 하고 계시더라. 또 하나의 행운은 버스에서 Emma Marta를 만난 것.
 

다람살라에 도착하니 한밤중이었다. 같은 버스에 있던 Emma는 나에게 맥끌로드 간지 행 택시에 함께 탈 것을 제안했다. 그녀는 한국에서 영어 교사로 일 년이 조금 넘게 머물렀었다고. 그리고 맥끌로드 간지는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라 했다.

Emma Marta 그리고 나 역시 몹시 굶주려 있었던 까닭에 먼저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의 이름은 ‘Carpe diem’ 맥끌로드 간지에 머무는 내내 절반이 넘는 식사를 이곳에서 했던 것 같다. Emma와 친구들이 주로 찾는 그런 곳.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아침식사를 약속했다. Roberto와 헤어진 지 반나절 만에 또다시 사람들에 둘러 쌓이니 기분이 조금 묘하더라.

 

Emma는 친구가 머물고 있는 숙소로 향했고 나는 Marta와 숙소를 찾아 나섰다. 달라이라마께서 방문 중이신 까닭에 숙박비는 꽤나 높아져 있었고 방 역시 구하기 힘들더라. 다섯 곳쯤 돌았을까. Marta와 나는 하룻밤만 거실에서 묵으면 이튿날 방을 주겠다는 숙소 관리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숙소에서 일하는 인도 아이, 스페인 아가씨와 거실에서 잠을 청했다. 인도 아이가 몇 차례 내 몸을 더듬었던 까닭에 더욱 잊지 못할 그런 밤.

맥끌로드 간지는 내가 인도에서 방문한 곳들 중에 오래 머물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인도인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존경할 만한 성품의 티베트인들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까닭에 소란함과는 거리가 먼 곳. 기후 또한 선선하여 좋았으며, 무엇보다 요가, 명상, 불교 강연 등 배우고 즐길 것이 많아 나태해지지 않으면서 머물 수 있다. 밤에는 여행자 친구들과 어울려 보내니 이 정도면 완벽하다. 때문에 장기 체류자들이 속출하는 곳.


***

Emma는 우리끼리의 디발리 파티가 있다며 가자고 했다. 가는 도중에 요란하게 터지는 폭죽 소리들. 인도인들은 폭죽으로 그들의 최대 명절을 기념하고 있었다. Marta와 맥주를 사서 약속 장소에 가니 사람이 여럿이다. 밤이 되고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맥주 한 병을 들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서양식 파티가 어색하지 않은 것을 보면 여행이 꽤나 사람을 바꾸어 가는 것 같다.

 

이런 저런 이야기와 농담들이 교차하면서 참 많은 친구들을 만났다. 그리고 2주 간 정말 행복하게 함께 지냈다. 일일이 이름을 기억할 수 있을까. 7년 째 여행 중인 사려 깊고 재미있는 ‘Emma’, 인도로 훌쩍 떠나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다정다감한 ‘Marta’, 지금 함께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있는 Cool man ‘Scott’, 조용하게 귀 기울일 줄 아는 호주 출신 ‘Sean’과 주말 요가 반을 운영하는 완벽한 몸매의 ‘Sean’, Web agency를 운영하며 여행 중인 장신의 ‘Christian’, 멋지고 살가운 인도 남자 ‘Chrisuna’, 오토바이로 인도를 여행 중인 프랑스 친구 ‘Fabien’, 콜롬비아에서 만나 결혼한 뒤 함께 여행 중인 ‘William’‘Astrid’, 밤 늦게까지 오르한 파묵을 함께 이야기 했던 성숙한 작가 지망생 터키 청년 ‘Summit’, 채식을 해도 멋진 근육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Jason’ 영어 교사로 한국에서 일하면서 한국인과 결혼할 뻔 한 태권도 빨간 띠의 ‘Lara’ 신혼 여행 중인 유대인 ‘Ouriel 부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스웨덴을 떠나 여행 중인 참새 같은 ‘Matilda’

많은 인간적인 것들을 주고 받은 고마운 사람들. 맥끌로드 간지에 있으면서 살면서 한 포옹보다 더 많은 포옹을 한 것 같다. 적고 보니 떠들고 노느라 단체 사진 한 장 찍지 않은 것이 참 아쉽다. 혹시 깜박하고 적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미안합니다.

***

 

어울려 놀다 보니 달라이라마를 뵙는 것이 자꾸만 미루어져 날을 잡았다. 마침 달라이라마께서 영어로 강연을 하시는 날. 아침부터 일어나 몸을 닦고 좋은 자리에 앉아 달라이라마를 기다렸다. 평온한 표정으로 걸어 들어오시는 달라이라마를 향해 티베트 인들은 절을 했고 나는 고개를 숙였다. 달라이라마를 뵈었다고 하면 티베트를 안내해줬던 안내자 따시는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달라이라마의 강연은 평온하고 재미있었다. 자기 스스로와 타인에의 자기를 이해하고, 현재와 농담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의 강연. 강연은 한번도 어려운 적이 없었으며 종일 웃음 속에 이어졌다. 그 분은 자신이 소박한 한 명의 인간이라 했다. 그 고충과 슬픔을 겪고 범인의 상상을 넘어서는 번민을 하셨을 그 분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간단하고 진실한 공통의 것이었다.

 

*** 

Marta가 맥끌로드 간지를 떠나던 날이 생각난다. 함께 있던 4일 간 항상 붙어 다니며 밥도 먹고 차를 마시고 산책을 하며 이야기도 하고 요가와 전생체험을(이 이야기는 직접 만나서 하겠습니다.) 같이 했던 그녀는 떠나는 날 여러 차례 눈물을 보였다. 그녀를 배웅하고 방으로 돌아오니 엽서 한 장과 스카프를 남겨두었더라.


글쎄, 2주간 머물면서 단 한번도 부적감정이 들지 않았던 맥끌로드 간지. 수많은 시간과 대화, 몸짓들이 뭉뚱그려져 따뜻한 기억 하나로 남아있는 그 곳은 여행을 선택한 것에 더없이 감사하게 했던 장소떠나는 날 나는 서너 시간에 걸쳐 작별 인사를 했고 델리로 가는 버스 안에서도 내내 작별했다.

by Samm | 2009/11/30 01:39 | Travel_India | 트랙백 | 덧글(0)

암릿자르

황금으로 만들어진 사원이 있는 암릿자르의 시내는 축체 준비가 한창이었다인도 최대의 축제, ‘디발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던 것. 덕분에 방을 찾는 것이 약간은 힘들었다. 한밤중에 도착하여 숙소를 찾기 위해 두어 시간 정도 헤맸었던 듯. 그나마 찾은 숙소도 비싸고 더러우며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 그런 곳이었다. 날이 밝으면 황금사원에서 제공하는 무료 숙소로 이동하기로 하고 잠을 청했다.


황금사원에는 수많은 순례자들이 있었다. 여러 갈래의 종교인들이 서로 자신들의 성지라 생각하기 때문에 전쟁 수준의 다툼도 몇 차례 일어났었다고. 현재는 인도 정부의 관리를 받고 있다고 하는데, 분쟁의 씨앗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한다.
 

황금사원을 구경하려면 필히 신발을 벗고 두건으로 머리를 가려야 한다. 또한 음주 및 흡연도 금지. 나는 RDT에서 구매한 손수건을 머리에 둘렀고 Roberto는 현지에서 구매한 하늘색 두건을 둘렀다. 신발은 벗어서 들면 그만.

두 번 황금사원을 방문했다. 낮에 한번, 밤에 한번. 나는 특히 밤의 사원이 좋았는데, 여러 순례자들의 기도와 노래가 사원에 어우러져 경건하면서 아름답더라.

 

Roberto는 새벽 기차를 예약했었다. 새벽 5시경에 일어나 그를 배웅했다. 준비한 작은 책을 건네고 포옹. 2 달 동안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던 스페인 사내와 헤어지려니 뭉클 하더라. 그도 같은 기분이었던 것 같다. 스페인에서의 재회를 기약하며 그와 그렇게 헤어졌다. 그리고 그날 오후 다람살라로 향했다.

by Samm | 2009/11/30 01:19 | Travel_India | 트랙백 | 덧글(0)

조드뿌르

Roberto
와는 암릿자르에서 헤어지기로 했다. 그는 케냐로 나는 달라이라마가 계시는 다람살라를 거쳐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향하기로 한 것. ‘조드뿌르는 자이살메르와 암릿자르 사이에 있는 도시인데, 푸른빛으로 벽을 칠한 건물이 가득하고 ‘메헤랑가르’성이 있는 곳으로 유명.

대략 10시간 뒤에 암릿자르로 향하는 기차를 타야 했다. 기차역 화장실에서 몸을 대강 씻고 시내로 향했다.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열기 전인 이른 시각. 조드부르의 시내는 델리와 유사한 북인도의 그것.

15분 즈음 걸었을까. 각종 여행 안내서에 나와있는 조드뿌르의 명물, 오믈렛 상점에 도착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곳. 나와 Roberto는 자이살메르 발 먼지 많은 기차 내에서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까닭에 메헤랑가르 성보다는 식사가 급했다.

 

나는 치즈 오믈렛을 주문했고 Roberto는 스페인식 오믈렛을 주문했다. 요리를 하는 내내 점장은 자신의 가게에 대한 방명록을 보여주며 자신의 가게가 최고라 주장했다. 건너편 가게에서도 동일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서로의 비난이 자못 날카롭게 느껴졌다. 덕분에 장사는 오히려 잘 되는 듯. ‘상호 보완적인 극심한 경쟁 관계정도로 요약이 될까.

 

어쨌든 그 오믈렛에 대해 평을 하자면 내 것은 그저 그런 오믈렛이었고 비난의 명수 Roberto는 이것은 스페인 식 오믈렛이 될 수 없다며 방명록에 거짓 사실을 적은 스페인 동포들을 성으로 가는 내내 비난했다. 그러면서 내가 스페인에 도착하면 정식 스페인 식 오믈렛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더라.

 

오믈렛을 먹고 조금 길을 헤매고 나니 메헤랑가르 성이다. 이 곳은 사유지인데 그 덕분인지 관리가 참 잘되어 있다. 각 나라의 언어로 제공되는 음성 안내기는 한국어 기능도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유적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인데 안내기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

조드뿌르의 건물은 온통 푸른 일색이다. 예전에는 상위 계층의 사람들만 건물을 푸른색으로 칠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에 관계 없이 푸른색을 선택할 수 있다고. 조드뿌르의 기후는 매우 덥고 건조한데 푸른색 벽이 쾌적한 실내 환경 유지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울러 모기 등을 쫓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방충의 기능은 실감하지 못했지만 푸른 건물들 사이를 돌아다니는 것이 제법 재미있고 시원하더라.

Roberto의 마지막 인도 여행지인 암릿자르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시간은 빠르게도 느리게도 꾸준히 간다.

by Samm | 2009/11/30 01:10 | Travel_India | 트랙백 | 덧글(2)

자이살메르

혹자는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내 어릴 적 소원 중 하나는 사막에 서보는 것이었다. 사막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서 보는 것. 지금은 그곳에도 조금 다른 외부적 자극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것을 납득할 만큼 머리가 커졌지만, 어린 시절의 향수 하나를 통해 과거의 생각으로 회귀할 수 있다면 기꺼이 시간을 그렇게 쓰겠다.

 

인도를 여행하는 내내 Roberto와 나는 기차의 침대 칸 중 가장 저렴한 ‘SL Class’를 이용했다. 델리의 역장이 베푼 호의 덕에 추가비용 없이 경험했던 ‘3A Class’ 한 번을 제외하면 모두 SL. 두 가지의 기본 구조는 같으나 SL은 에어컨이 없고 보다 더러운 것이 특징, 가격은 1/2에서 1/3 정도이다. 여행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수준. ‘자이살메르로 향하는 기차에서도 SL을 이용했는데, 혹 누군가가 주로 SL을 이용한다면 자이살메르로 들고나는 기차만큼은 3A를 이용하라고 권하겠다.

자이살메르는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도시, 당연히 사막을 지나야 도착할 수 있다. 기차 안은 때문에 모래 먼지가 가득. 잊고 있었던 얼굴 가리개가 생각나 Roberto와 하나씩 착용. 옆 자리의 인도인도 하나. 고맙다며 가리개에 서명을 해달라던 그는 내가 자는 사이 어디선가 내렸더라.

 

***

새벽부터 나와있던 여행객 수보다 많은 호객꾼들이 우리를 맞았고 아난따뿌르에서 만났던 아가씨 ‘Idoya’가 추천해 준 호텔의 호객꾼을 찾아 차량에 탑승했다. 거의 일출과 동시에 호텔에 도착했던 것 같다.

 

몸을 닦고 쉬고 나니 호텔의 주인이 낙타 사파리를 제안해왔다. 차 한잔과 함께하는 은근한 제안에 넘어가기엔 인도를 너무 오래 여행했다. 우리가 더 알아보고 당신네 사파리가 가장 좋다고 생각되면 그 때 계약하겠노라고. 후에 이곳 저곳 평판을 물어 가장 좋다는 곳을 찾아 계약하고 돌아오니 호텔 주인은 잔뜩 화가 나서 쫓아내려 하더라. 당시에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런 것도 여행의 일부. 인도의 친절이 아직은 덜 상업화 되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면 지나친 긍정일까.

 

***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한 식사를 하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홍콩에서 오신 아주머니 두 분, 영국에서 온 남자 둘, 나와 Roberto 그리고 낙타몰이꾼들. 지프를 타고 한참을 달려 낙타들이 있는 곳으로 도착했다. 내가 탈 낙타 이름은 ‘Charley’ 잘 부탁합니다.

낙타를 타고 한참을 가다가 끼니때가 되면 낙타들은 풀을 뜯고 낙타몰이꾼들이 상을 차린다. ‘짜파티라고 부르는 인도인들의 주식과 커리가 그것. 도시의 음식들과 비할 바는 아니지만 사막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면 그것 참 좋은 식사다.

듬성듬성 풀이 자란 모랫길을 지나 요즘의 오아시스와 인도 집시들이 사는 마을을 들러 조금 더 가면 사진과 소설 속의 그 곳이다. 완벽하다고 하기엔 모자란 감이 없지 않은 그런 모래 언덕이라 특별한 이름도 없지만 완벽과는 터무니 없이 거리가 먼 나에게는 이 정도면 정말 훌륭한 사막, 나머지는 그곳에 대한 우리의 성실성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낙타몰이꾼들은 일몰 삼십여 분 전에 모래 언덕에 도착해서 저녁을 준비한다. 존경할만한 경험이 만들어 내는 완벽한 시간대. Roberto와 나는 만져도 보고 달려도 보고 서 보기도 하면서 모래 언덕을 만났다.

 

그리고 석양.

해가지고 어두워질 무렵 낙타몰이꾼들은 소리를 질러 여행자를 부른다. 피워놓은 모닥불에 둘러 앉아 매운 커리와 짜파티로 식사를 하고 노래를 부른다. 사막에 살았던 집시의 노래와 뜻도 모르고 느끼는 사랑 노래를 들으며 별을 기다린다.

노래가 끝나고 적당한 시간이 되면 모래 언덕에 담요를 깔고 눕는다. 그리고 하늘을 본다. 사막에 가보지 않은 사람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 ‘사막에 가면 별이 쏟아진 데’. 나는 그 곳에서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이 하늘에 자리한 것과 대략 십오 분 간격으로 떨어지는 별똥별들을 볼 수 있었다.

 

자이살메르 사막의 밤은 그토록 많은 별들이 하늘에 있어서 그리고 뚜렷해서 개념으로 알고 있는 우주를 만나게 되는 장소와 시간 중의 하나이다. 완벽한 밤의 하늘.

 

***

 

Roberto는 낙타몰이꾼들에게 불평하는 것이 불가능해.’라는 그다운 찬사를 던졌고 나는 행복했다고 했다. 아프리카에 와 있는 지금 별이 많이 보이는 곳에 가면 자이살메르 사막에서 보낸 밤이 생각난다.

by Samm | 2009/11/23 08:04 | Travel_India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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